산업혁명 이후 자본과 기술을 먼저 확보한 국가는 자원과 노동력을 제공한 나라들이 만들어낸 운동에너지를 자본·금융·기술·기축통화라는 위치에너지로 축적하며 세계경제의 높은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한국의 하우스푸어, 미중 무역전쟁, 아프가니스탄 철수, 호르무즈 리스크, 미국의 재정적자와 고금리는 이 체제가 더 이상 과거처럼 쉽게 유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노동과 자원을 공급하던 국가들이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며 스스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려 하자, 미국은 관세·리쇼어링·동맹 비용분담을 통해 패권의 비용을 외부에 재청구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값싼 돈과 세계화가 밀어 올린 서울 중심 성장모델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세종과 충청권을 새로운 행정·건설·산업 축으로 키우려는 중흥의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원히 하늘로 솟는 그네는 없다.
재건축을 둘러싼 담론에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 있다. 하나는 ‘재건축은 주택공급이므로 많이 할수록 공익’이라는 프레임이고, 다른 하나는 ‘재건축은 조합원에게 당연히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기존 주택의 멸실과 이주를 먼저 발생시키고, 조합원에게도 분담금·금융비용·사업위험 때문에 반드시 이익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공사비와 개발여력에서 재건축이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시장의 신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재건축은 항상 돈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유지되면 조합원은 사업에 참여하고, ‘공급 부족’이라는 명분이 강해질수록 더 많은 사업장이 열린다. 이 두 프레임 모두에서 가장 일관되게 이익을 얻는 쪽은 건설산업이다. 조합원은 한 판의 승패에 자산이 걸리지만, 건설사는 판이 열릴수록 공사 매출 기회가 늘어난다. 결국 공급과 사업성이라는 공익적 언어 뒤에서 누가 판돈을 걸고 누가 판의 횟수 자체에서 이익을 얻는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단순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아니라,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의 균형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값싼 노동력과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 낮은 물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금리를 눌렀지만, 이제는 리쇼어링·에너지 안보·국방비·산업정책·공급망 중복투자에 각국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미국의 구조적 재정적자와 대규모 국채 차환까지 겹치면서 세계 각국은 한정된 저축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특히 수십 년간 제로금리로 세계에 자금을 공급해온 일본마저 3~4%대 국채금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일본 자금이 굳이 미국이나 한국으로 나갈 필요가 줄어들고, 미국·한국 등 다른 국가들도 자국 채권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 결국 일본 금리발작은 원인이 아니라 세계화가 만들어낸 저물가·저금리 체제가 해체되고 자본의 가격이 다시 높아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에 가깝다.
한국의 하우스푸어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침체가 아니라 압축성장이 미래의 소득과 수요를 현재로 끌어온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초기 신호였을 수 있다. 과거에는 빠른 경제성장, 서울 집중, 고소득 일자리 증가, 교육투자, 저금리와 신용확대가 서울 부동산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요와 구매력을 공급했고 정부 역시 인프라와 금융정책을 통해 이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저출산·고령화, 높은 가계부채, 서울의 과밀과 높은 주거비, 재건축 비용 증가, AI에 따른 화이트칼라 고용구조 변화, 교육 프리미엄의 변화, 수도권 산업분산, 탈세계화와 공급망 충격 같은 과거 성장방식의 반작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 부동산의 핵심은 공급 부족 자체가 아니라 과거 집값을 끊임없이 밀어올렸던 성장의 엔진이 계속 작동할 수 있는지이며, 한국은 성장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압축성장의 성공을 위해 앞당겨 사용했던 미래의 비용을 뒤늦게 정산하는 과정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집값 상승의 자연법칙이 아니다. 정부는 실제로 초이노믹스의 대출 규제 완화처럼 신용을 공급해 미래소득을 현재로 당겨 주택가격을 부양할 수 있었지만, 그것 역시 지속적인 수요를 창조한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부동산을 움직이는 진짜 시장은 강남의 매물 몇 건이나 서울의 공급량에 한정되지 않는다. 탈세계화와 공급망 충격, 유가와 건설비, 금리, 높은 가계부채, 인구와 가구구조, AI에 따른 화이트칼라 고용 변화, 수도권 산업 재배치까지 모두 시장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인프라·산업·교육 집중 또한 서울의 수요를 키웠지만 앞으로는 세종과 경기남부 같은 새로운 거점 개발이 오히려 서울의 독점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대치동 교육 프리미엄과 고밀도 서울의 재건축 사업성마저 과거와 같지 않다면 문제는 더 이상 “서울에 집이 부족한가”가 아니라 “앞으로도 그 가격을 지불하며 서울을 선택할 사람이 충분한가”이다. 정부가 강한 수요를 억누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수요를 대출과 세제만으로 되살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정말 이길 수 없는 시장이란 항상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소득과 필요와 선택이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스티븐 미란의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미국 제조업 쇠퇴와 무역적자를 초래한 ‘비용’이라고 진단하고, 관세·환율정책·안보비용 분담을 통해 이를 다른 국가와 나누려 한다. 그러나 달러 패권은 동시에 미국에 막대한 금융·외교·안보상의 이익을 제공해왔다. 그렇다면 미국 전체가 달러 패권으로 순이익을 얻는 동안 제조업 노동자와 산업도시가 손실을 입었다면, 그것은 세계가 미국에 비용을 떠넘긴 문제인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 패권의 이익과 비용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이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설계하려 한다면 먼저 “세계가 미국에 무엇을 빚졌는가”를 묻기보다, 달러 패권으로 얻은 이익이 왜 그 비용을 감당한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통해 막대한 금융·외교적 힘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달러 고평가와 경상수지 적자, 제조업 공동화라는 부담도 떠안았다. 스티븐 미란의 보고서는 이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달러 패권은 유지한 채 관세·안보우산·장기국채 등을 통해 그 비용을 동맹과 교역국에 나누어 부담시키자는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세계에 반드시 하나의 절대적인 기축통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달러의 역할이 여러 통화와 금으로 분산된다고 세계무역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제조업을 되살리고 막대한 부채를 관리하며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 달러 패권까지 현재 모습 그대로 지키려다 동맹의 신뢰와 미국 자신의 실물경제를 훼손한다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것이다. 달러가 미국을 강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강한 미국이 달러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달러 패권이 지나치게 무거워진 순간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모든 비용을 남에게 떠넘기며 왕관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그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달러 패권이 약해져도 강한 미국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미란 역시 자신의 구상이 미국에 대한 노출 축소와 대체 준비자산 탐색을 촉진할 위험을 인정한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는 이란을 압박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제재가 곧바로 협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란은 이미 수십 년간 제재를 견디며 우회 거래와 체제 유지 방식을 익혔고, 미국 역시 원유 공급 불안,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재점화,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제재의 성패는 이란이 얼마나 버티느냐뿐 아니라 미국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정치적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의 약점만 계산하고 미국 내부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부메랑 효과까지 충분히 시뮬레이션했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미국이 캐나다 같은 전통적 동맹국에도 관세와 경제 압박을 사용하는 모습은 국제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국가는 친구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과 전략적 필요에 따라 행동한다. 6·25 당시 미국이 대한민국을 도운 이유 역시 한국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한반도가 동아시아 질서에서 핵심적인 전략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태평양에서 미국의 해양 거점이라면 한국은 대륙 세력과 맞닿은 전진 거점이며, 유사시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작전하기 위한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국가부채, 패권 유지 비용 증가로 인해 과거처럼 모든 동맹국에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미국은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공짜 친구가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동맹은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유지되며, 한미관계 역시 호의가 아니라 이해관계 위에서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진짜 위기는 40조 달러의 국가부채 자체가 아니라, 달러 패권이 허용한 값싼 차입 구조에 의존해 온 재정 시스템이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국채를 통해 패권 유지 비용과 국내 지출을 감당했지만, 중국이 단순한 제조기지가 아닌 기술·산업 경쟁자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반도체·AI·제조업·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미 높은 부채와 이자 부담을 안고 있다. 재무부의 바이백은 장기금리를 낮추며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 구조를 조정하는 것에 가깝다. 결국 미국이 살아남는 방법은 또 다른 금융기법이 아니라 AI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인데, AI 시대에는 생산성 증가가 반드시 GDP와 세수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도전까지 맞고 있다.
압구정 신현대 등 강남 초고가 아파트에서 수십억 원 단위의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니라 서울 부동산을 지탱해온 구조적 조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과거 강남 집값 상승은 교육·입지뿐 아니라 “결국 오른다”는 기대, 저금리, 인구 증가, 소득 상승이라는 환경 위에 형성됐다. 그러나 현재는 고금리와 예금 등 대체 투자처의 등장, 소득 증가 둔화, 인구 감소,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노동 가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의 핵심 투자 논리였던 미래 상승 기대가 약화되면 보유 판단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강남의 경쟁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모든 부동산이 장기 상승한다는 시대는 끝나고 자산가격과 노동가치의 관계가 재평가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미국의 중동전략에서 ‘항공모함’과 같은 역할을 하며 미국의 힘을 후방으로 활용해 자국의 국력보다 넓은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며 중동 개입의 범위를 줄이려 하자, 이스라엘은 미국이 여전히 가까이 있을 때 이란·헤즈볼라·하마스를 최대한 약화시키고 시리아에서 튀르키예 같은 새로운 지역강국의 부상까지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집회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개입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미국은 동맹에 대한 정서보다 자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인다. 결국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이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국인 채 중동보다 다른 지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성조기를 흔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머물 이유를 계속 제공하거나 미국의 지원이 줄어도 스스로 생존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재건축은 낡은 집을 새 아파트로 바꾸는 단순한 주거 개선이 아니라, 수년간 이주비·금융비용·추가분담금과 사업 지연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장기 투자사업이다. 이주비대출 역시 공짜 지원이 아니라 결국 갚아야 할 부채이고, 조합이나 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용도 궁극적으로 사업 원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완공 뒤의 시세차익만 보고 대출을 최대한 끌어 재건축에 참여하기보다, 집값이 오르지 않고 분담금이 예상보다 늘어나더라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기자본과 현금흐름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재건축의 핵심은 새 아파트를 받을 자격이 아니라 그 과정의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다.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향후 하락을 당연시하기는 어렵다. 반복되는 유가 스파이크와 공급망 불안, 효율보다 안보를 우선하는 ‘비싼 세계화’, 중국이 저임금 생산기지에서 기술·공급망을 가진 독립적 생산자로 성장하며 높아지는 대체비용,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증가는 모두 장기금리의 바닥을 과거보다 높일 수 있다. 장기국채금리는 기준금리의 결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금융여건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해 다시 연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핵심은 금리가 내려가느냐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금리인하가 와도 2010년대 수준까지 돌아갈 수 있느냐다. 우리가 지금 ‘높다’고 보는 4~5%대 장기금리가 새로운 세계에서는 평범한 금리가 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광명 하안주공 1~12단지가 잇따라 재건축에 나서면서 서울 접근성과 종상향 가능성, 대규모 정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단지는 신고가를 기록하고 매물도 줄었지만, 재건축 기대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소형 평형 소유자의 추가 분담금, 대규모 이주 문제 등이 향후 사업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용적률이 최대 330%까지 높아질 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적용 용적률과 일반분양 물량에 따라 조합원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현재 가격 상승만으로 재건축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AI 시대에도 교육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지만, 대치동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시험에 나올 문제를 예측하고 각 과목의 점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의 교육이 지금과 같은 가치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입시교육이 개별 근육을 크게 만드는 ‘교육 보디빌딩’이었다면, 빠르게 변하는 미래에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처음 보는 문제를 정의하며 무엇을 새롭게 배워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문제풀이·예상문제·개인별 취약점 분석까지 값싸게 제공하게 되면 ‘무엇이 시험에 나오는지 아는 것’의 희소가치는 떨어지고, 교육의 중심은 정답 암기에서 지식의 연결과 문제 발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대치동 교육산업이 살아남더라도 매일 대치동에 거주해야 할 필요성은 약해질 수 있으며, 학원가를 기반으로 형성된 대치동의 주거 프리미엄 역시 장기적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서울의 주택 공급부족론은 현재의 인구·가구·고용구조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전제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AI가 화이트칼라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100명이 하던 일을 70~80명이 수행하게 되면 신규채용 감소가 먼저 나타나고, 이들이 소비하던 음식·유통·교육·문화·개인서비스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판교·수원·용인·화성·평택 등 경기남부에 반도체·AI·첨단제조 일자리와 신축 주거지가 확대되면 서울에서 일하고 서울에 살아야 할 필요도 약해진다. 이미 공식 전망에서도 서울 가구수는 장기적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는 단순히 ‘서울에 집이 몇 채 부족한가’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며 살아야 할 유효수요가 얼마나 남는가’를 함께 따져야 한다.
트럼프는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란전쟁과 강경한 대이란 정책은 호르무즈 불안을 장기화시키고 국제유가와 미국의 물가 압력을 높여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전쟁을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승리’로 마무리하려 할수록 협상은 늦어지고, 그만큼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의 고통도 길어진다. 결국 트럼프가 더 큰 정치적 성과를 욕심낼수록 자신이 원하는 금리 인하에서는 오히려 멀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이란전은 처음부터 단순한 핵 억제보다 훨씬 큰 목표를 노린 고위험 프로젝트였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 이해까지 끌어안아 이란의 핵·미사일·프록시를 동시에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중국과 연결된 이란의 에너지·금융망을 끊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경제 질서 안으로 되돌리려 했다. 하메네이 제거와 압도적 군사압박 뒤 이란이 굴복할 것이라 계산했지만, 이란은 오래 준비한 호르무즈 카드를 꺼내 세계 에너지시장에 비용을 전가했고 미국 역시 고유가·군수품 소모·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결국 미국은 6월 MOU에서 정권교체와 미사일 완전제거 같은 최대목표를 사실상 뒤로 미루고 이스라엘까지 자제시키며 출구를 모색했다. 여섯 차례 기업의 Chapter 11을 경험한 트럼프가 사업에서 그랬듯, 이란에서도 크게 베팅한 뒤 손익이 악화되자 조건을 다시 짜는 ‘TACO식 구조조정’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사업과 달리 전쟁에서는 하메네이의 죽음과 무너진 신뢰, 소모된 무기와 호르무즈 충격을 되돌려주는 파산법원이 없다.
새마을금고 고객의 고령화는 단순히 지방 인구가 늙어가는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2021년 21.7%였던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2025년 17.9%로 줄었고, 60대 이상은 32.2%에서 38.1%로 늘었다. 새마을금고는 광고모델을 젊게 바꾸고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며 청년층에 손짓하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독립법인인 개별 금고들이 각자의 인사·경영·여신체계를 갖는 태생적 구조에 있다. 제한적인 인사순환과 금융 전문성의 편차, 고금리 수신에 따른 높은 조달비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위험대출 유인, 부실이 터졌을 때 연체·충당금·처리비용이 다시 수익성을 압박하는 악순환까지 생각하면 ‘젊은 고객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보다 ‘젊은 고객이 굳이 새마을금고를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가 먼저다. 최근 상호금융권 전체에서도 예금 이탈과 실적 악화, 신뢰 회복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재건축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격에 기대감도 반영되지만, 동시에 조합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특히 분양신청 이후에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예상보다 큰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더라도 단순히 마음을 바꿔 사업에서 빠지기 어렵고, 총회에서 증액에 반대했더라도 적법하게 의결되면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을 끝까지 감당할 자금과 의지가 없다면 무조건 완공 직전까지 버티기보다, 재건축 기대감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지만 아직 자신의 선택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시점을 매도 시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고가에서 파는 것보다 돌아설 수 있을 때 파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한무제는 흉노에게 원한을 가진 월지를 끌어들여 흉노를 견제하려 했지만, 이미 서역에 정착한 월지가 복수에 관심을 잃으면서 결국 한나라가 직접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오늘날 중국 역시 미국과 직접 충돌하기보다, 이미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를 가진 이란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석유 거래와 금융·외교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외교·제재 역량이 중동에 계속 투입되도록 만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화할수록 중국 기업과 금융망까지 압박해야 하고, 이는 오히려 중국의 비달러 결제체계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 패권을 이용한 미국의 경제적 강제력에도 부담이 된다. 한무제가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적의 적을 활용한 견제’, 즉 이이제이가 2천 년 뒤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의 대이란 압박은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핵·원유 문제를 겨냥했지만, 더 크게 보면 중국의 에너지 취약성과 비달러 거래망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전략비축유, 러시아산 원유, 전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예상보다 높은 버티기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낮추며 협상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중국의 호르무즈 의존도를 결정적 약점으로 판단했다면 계산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버티는 동안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라는 비용은 미국으로 되돌아오며, 결국 중국의 에너지 약점을 찌르려던 전략이 미국의 더 민감한 약점인 국채시장과 달러패권을 압박하는 ‘카운터’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의 MOU는 전쟁을 끝낸 문서가 아니라 핵, 호르무즈, 제재, 원유, 해상질서라는 서로 충돌하는 문제들을 60일 뒤로 미뤄둔 문서였다. 당시에는 시간을 산 임시봉합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재의 교착과 비용을 모두 품고 있던 압축파일에 가까웠다. 호르무즈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은 계속되고 유가는 미국 국내정치의 부담으로 돌아왔으며, 결국 트럼프는 미국인들에게 더 높은 기름값을 감수하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MOU 이후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MOU 안에 들어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압축이 풀렸을 뿐이다. 특히 전쟁 비용을 국민에게 정당화하기 시작한 순간 트럼프는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았고, 이는 향후 이란과의 타협과 전쟁의 출구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사임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가족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트럼프와 관계를 끊었느냐가 아니라 권력의 최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야심이 뚜렷한 20대 정치인에게 백악관 대변인 자리는 막대한 자산인 만큼, 트럼프가 여전히 확실한 ‘황금동아줄’이라면 지금 그 자리를 포기하는 선택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이란전 장기화와 호르무즈를 둘러싼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모든 말을 직접 방어해야 하는 부담은 커지고 있다. ‘외부 자문’이라는 관계를 남겨둔 것도 반드시 강한 충성의 증거라기보다, 인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드러운 거리두기의 방식일 수 있다. 레빗의 속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권력의 변곡점은 때때로 여론조사보다 그 주변 사람들이 자기 의자를 조금씩 뒤로 빼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먼저 드러난다.
서울 역시 주민등록인구가 장기간 감소하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에서는 단순한 인구 숫자보다 실제로 사람이 계속 모이는 ‘생활인구’와 일자리·교통·의료·상업시설·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 기조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는 저금리와 유동성에 기대어 오르던 부동산보다, 인구가 줄어도 수요가 유지되고 필요할 때 팔 수 있으며 높은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구감소와 고금리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에서는 ‘서울이냐 지방이냐’보다 사람이 계속 올 이유가 있는 곳인지, 그리고 금리가 더 올라도 버틸 수 있는 자산인지가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된다.
세계 최강의 군수지원 체계를 가진 미국도 항공모함 수천 명의 장병을 장기간 먹이고 씻기고 쉬게 하는 과정에서 식량·생활시설·소모품·정비 문제를 겪는다. 항구와 보급함, 항공수송과 군수기지까지 갖춘 지구의 바다에서도 보급이 흔들리면 생활과 전투 지속능력이 함께 흔들린다. 그렇다면 수천만 km 떨어진 화성에서는 어떨까. 화성 정착의 진짜 난제는 로켓을 한 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물과 식량, 산소, 부품과 소모품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며 그 체계를 수십 년간 유지하는 데 있다. 화성에 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곳에서 매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미국의 40조 달러에 육박하는 국가부채는 원금을 반드시 상환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자를 감당하면서 경제가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기존 부채의 상대적 부담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위해 AI·반도체·리쇼어링 등으로 실질성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지만, 달러패권과 동맹질서를 유지하려면 중동과 유럽에서도 계속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제한된 역량을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는 흐름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충돌은 미국을 다시 그 지역에 묶어두고 있다. 결국 미국의 진짜 과제는 40조 달러의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역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패권 유지비용을 감당하면서 부채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MAGA는 미국이 한때 위대했지만 그 위대함을 잃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잘못 짚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힘은 강한 대통령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의회·법원·관료제·정보기관·언론·싱크탱크·동맹이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 복잡한 조정과 견제의 과정을 비효율로 취급할수록 국가는 점점 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시스템을 대통령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위대하지 않아도 국가가 위대할 수 있도록 만든 그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트럼프의 SNS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보다 0.001초 먼저 받아보는 서비스에 월 최대 10만 달러의 가격이 붙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유료 정보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과 외교·안보 조직, 싱크탱크를 가진 미국에서 정책의 방향을 분석하는 것보다 대통령 개인의 SNS 한 줄을 먼저 아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의 분석을 검토하고 조정해 대통령의 판단을 국가전략으로 만드는 정책 시스템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힘은 대통령 한 사람의 직관이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와 기관의 판단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능력에서 나왔지만, 그 과정이 무너지면 세계 최강의 국가도 결국 한 사람의 판단만큼만 영리해질 수 있다.